어린 시절부터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 나는 지독하게도 내성적인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거치는 동안 마음을 터놓고 지낸 친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무리 지어 어울리기보다는 그저 나 혼자만의 조용한 세계에 머무르며 살아온 것만 같다.
대학때 만나서 찍은 사진내가 근무하는 회사에 방문했던 친구들
그렇게 좁은 관계 속에서도 참 고맙게 이어져 온 인연들이 있다. 며칠 전, 국민학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친구 인호의 딸이 결혼을 했다. 강남의 한 화려한 예식장에서 열린 이 날 행사에는 참으로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 예식을 위해 먼 길을 건너온 미애 덕분에 나도 기꺼이 함께 참석하게 되었고, 오랜 친구 인모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예식장 단상에 선 인호의 딸은 정말 훌륭하게 잘 자라주었더라. 친구가 딸을 얼마나 정성껏 키워냈는지 고스란히 느껴져 내 마음까지 참 흐뭇하고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마주하니 지난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저 반갑고 좋기만 했다.
친구딸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이날 가장 내 마음에 깊이 남은 순간은 예식이 끝나고 식사를 할 때였다. 혼주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돌기 위해 테이블을 찾을 즈음, 미애가 내게 조용히 제안을 했다. 인호가 워낙 친구가 적으니, 우리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든든하게 친구 노릇을 해주자고 말이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만나서도 친구의 입장을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헤아리고 배려하는 미애의 마음 씀씀이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런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친구 딸의 결혼이라는 경사 덕분에 옛 친구들과 참으로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이 소중한 날의 기억을 기록하며, 함께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 한 장을 이곳에 남겨둔다. 이제는 다들 백발이 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릴적 그 끈끈함이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