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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10편] 사선을 넘어 천국으로: 인도네시아로의 새로운 여정추억 기록 2026. 2. 21. 08:08
운명처럼 찾아온 나이키의 제안
보증 사고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지구 반대편 낯선 땅을 떠돈 지 1년. 중남미의 뜨겁고 위험한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던 제게 중대한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나이키 비즈니스를 하던 한 관계자가 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인도네시아 나이키 공장에서 함께 일해보자며 파격적인 제안을 건네온 것입니다.
내전의 위협과 삼엄한 전기 철조망 속에서 지쳐가던 제게, 그 제안은 단순한 이직이 아닌 '생존의 기회'처럼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도미니카와 엘살바도르에서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던 시점이라, 저는 미련 없이 짐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3달 뒤에 갈게" 가족을 향한 짧고 무거운 약속
인도네시아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3달 뒤에 갈게"라는 짧은 말로 그리움을 눌러 담았습니다. 지금은 이 기회를 잡아 기반을 닦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향한 미안함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채, 저는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맸습니다.
911 사태와 25%의 생존 확률
인도네시아 생활에 적응해갈 무렵, 전 세계를 뒤흔든 911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온 비보. 뉴욕에서 도미니카로 향하던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가 테러범에 의해 추락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로 옮기기 전, 매주 이용하던 바로 그 노선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곳에 계속 머물렀다면, 4주 중 한 번은 반드시 탔을 그 비행기. 25%라는 확률 앞에서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련이 저를 인도네시아로 떠밀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련이 저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낸 셈이었습니다.

광야를 지나 천국을 마주하다
중남미의 거친 환경에 비하면 인도네시아의 생활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안전이 보장된 환경, 비교적 나은 근로 조건 속에서 저는 비로소 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보증을 선 죄로 시작된 이 긴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죽음의 고비를 넘겨 저를 인도네시아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빼앗긴 침상을 되찾기 위한 저의 투쟁은 이제 이 평화로운 천국에서 더 큰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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