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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기록 46]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 그리고 지금의 나추억 기록 2026. 1. 15. 09:01
가끔 조용한 시간에 혼자 잠겨 있다 보면,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만약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랫동안 곁에 계셨더라면, 우리 가정이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그 시절 우리가 살았던 방배동의 그 집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자리였습니다. 만약 그 자리를 지키며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면, 아마 우리 집 살림은 꽤나 넉넉했을 겁니다.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겠지요.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리 누님들입니다. 그 명석했던 누님들이 가정 형편 때문에 희생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공부를 마쳤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확신하건대, 누님들은 서울대 법대나 의대 정도는 충분히 진학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똑똑하고 재능 있는 분들이었으니까요. 저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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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논두렁에서 벙커까지... 내가 40년째 새벽 6시에 출근하는 이유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3. [Part3] 파이썬 공장장의 업무 혁신 2026. 1. 15. 07:44
저녁 술자리 대신 새벽 공부를 택한 '셔터맨'의 고백 1. 방배동 논두렁을 뛰던 소년지금은 빌딩 숲이 된 서울 방배동. 하지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방배역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다. 매일 새벽 5시. 어김없이 방문이 벌컥 열렸다. "일어나라! 뛰러 가자." 아버지였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버지는 누나 셋과 나를 깨워 집 앞 논두렁을 뛰게 하셨다. 마치 군대 구보 같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었던 그 새벽의 차가운 공기. 그것이 내 몸에 새겨진 첫 번째 '새벽의 기억'이었다.2. 눅눅한 벙커의 호랑이 과장님군대에 가서도 새벽과의 인연은 끊기지 않았다. 전방 부대 행정반, 사무실은 산속 벙커에 있었다. 습기가 차 눅눅하고 어두운 그곳. 당시 모시던 과장님은 호랑이 같은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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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아들과 함께 다시 학생이 되다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3. [Part3] 파이썬 공장장의 업무 혁신 2026. 1. 14. 11:42
나의 '전무후무'한 공부 도전기1. 프롤로그: 멈추지 않는 도전은퇴를 앞둔 시점, 뒤를 돌아보니 나의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은 늘 '학생'의 신분이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할 때, 나는 다시 책을 폈다.2. "전무후무"했던 MBA 시절 (2019~2021)2019년, 한국방송통신대 경영대학원(MBA)에 도전했다. 솔직히 대학원이니 경쟁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지원했다가 몇 번이나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아마 학부 시절 좋지 않았던 성적 탓이었으리라. 결국 추가합격 6번이라는 턱걸이로 겨우 입학할 수 있었다.하지만 막상 입학하니 공부가 너무 즐거웠다. 내가 현장에서 겪는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들이 그곳에 있었다.ERP 도입: 당시 우리 회사에 없던 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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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 때문에 무너진 자존심, 다시 일으켜 세우다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3. [Part3] 파이썬 공장장의 업무 혁신 2026. 1. 13. 06:46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이 혁신이다!!1. 인터넷 강사는 마법사인가?오늘도 돋보기를 쓰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유튜브 속 젊은 강사는 참 쉽게도 가르친다. "자, 여기 점 하나 찍으시고, 실행 누르면... 짠! 데이터가 나왔죠? 참 쉽죠?"그 손놀림이 마치 마법 같다. 나는 홀린 듯이 똑같이 따라 타이핑을 한다. 그런데 내가 엔터 키를 누르면 어김없이 화면이 빨개진다.SyntaxError: invalid syntax (문법 오류)분명히 똑같이 쳤는데 에러다. 엑셀 파일을 올렸는데 인식을 못 하고, 코드 한 줄이 안 넘어간다. 범인은 아주 작은 점(.) 하나, 혹은 쉼표(,) 하나였다.2. "내 머리로는 안 되는 건가..."겨우 점 하나 때문에 30분을 헤매고 나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남들은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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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로 1시간 걸리던 일, 파이썬으로 3초 만에 끝냈다 (feat. 60대 임원의 코딩 도전)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3. [Part3] 파이썬 공장장의 업무 혁신 2026. 1. 12. 06:37
1. 우리는 모두 '엑셀의 노예'다대한민국 직장인치고 엑셀을 안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30년 넘게 제조 현장에 있으면서 수만 장의 엑셀 시트를 만들고 결재했다. 엑셀은 위대한 도구다. 하지만 데이터가 1만 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일 하나 여는 데 한참 걸리고, 필터를 걸면 화면이 멈추고, 실수로 수식 하나 건드리면 전체가 망가진다. 우리는 이것을 '엑셀 지옥'이라 부른다.2. "이거 불량 데이터 취합하려면 반나절은 걸립니다."얼마 전, 특정 모델(NN7)의 불량 내역만 따로 뽑아서 분석해야 할 일이 있었다. 데이터는 수천 건이 넘는 방대한 엑셀 파일(JUN_DATA) 속에 섞여 있었다. 직원들은 엑셀 필터를 걸고, 복사해서, 다른 시트에 붙여넣고, 서식을 맞추느라 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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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의 스톱워치, 2026년의 파이썬: 본질은 '5 Why'에 있다카테고리 없음 2026. 1. 10. 10:47
요즘 AI와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생겨 '기술공화국 선언(C-Karp)'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최첨단 미래 기술을 다루는 이 책에서, 뜻밖에도 반가운 이름을 마주했습니다. 바로 도요타 생산 방식(TPS)의 창시자 '오노 다이이치'입니다. 책은 여전히 문제 해결의 본질로 '5 Why(왜를 다섯 번 반복하여 근본 원인을 찾는다)'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순간, 책장을 덮고 옛 사진 한 장을 꺼냈습니다. 1995년, 일본 도요타 기후 차체(Gifu) 연수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당시 젊은 제 손에는 항상 '스톱워치'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라인 옆에 서서 눈으로 현상을 보고,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며 "왜 낭비가 발생하는가?"를 다섯 번씩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것이 당시 우리가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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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떠나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선별 지옥'을 멈추는 법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2. [Part2] 품질은 데이터다 2026. 1. 9. 20:33
(부제: 제3자 선별 비용과 인력 유출을 막는 유일한 방패, 파이썬)1. 두 가지 형태의 지옥품질 이슈가 터지면 중소기업은 두 가지 형태의 지옥을 맛본다.첫째, 국내 고객의 '오라 가라' 호출이다."불량이 의심되니 당장 와서 전수 선별하세요." 직원들은 남의 공장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밤새 부품을 뒤진다. 모멸감과 육체적 고통에 지친 젊은 직원들은 결국 사표를 던진다.둘째, 해외 고객의 '비용 폭탄' 통보다.그들은 우리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제3자 선별 업체(3rd Party)를 고용한다. 그리고 나중에 통보한다. "선별 완료했다. 비용은 청구하겠다." 달러(USD)로 찍혀 날아온 청구서를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부르는 게 값인 그들의 비용 청구에 회사의 이익은 순식간에 증발한다.2.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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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까막눈, 도요타의 심장을 훔치다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1. [Part1] 엔지니어의 뿌리(30년의 기록) 2026. 1. 9. 08:53
부제: 1995년 기후차체 연수와 2026년의 파이썬 [프로필]글쓴이: 오세웅 (前 열전지 연구원 / 30년 제조 혁신 전문가)주요 경력: 대우 방산연구소, 도요타 기후차체 연수, 혁신 28작전 팀장1. "자네, 장교 출신이니까 할 수 있지?"1995년, 대우 방산 연구소 시절. 육사 출신이셨던 사업부장님은 유독 장교 출신인 나를 아끼셨다. 어느 날 그분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명령을 내리셨다. "자네, 일본 기후(Gifu)에 가서 도요타 생산 방식을 배워 와." "사업부장님, 저는 일본어를 전혀 못 합니다." 하지만 군 출신 상사에게 'No'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일본어 사전 하나 없이, 맨몸으로 현해탄을 건넜다. 2. 공항 구석의 외침: "오늘 할 일은 오늘!"일본 공항에 내리자마자 낭만은 박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