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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9편] 전기 철조망과 남미의 일본: 엘살바도르의 서늘한 첫인상추억 기록 2026. 2. 20. 06:57
마이애미의 셰퍼드와 압도적인 분위기
도미니카의 일정을 마치고 엘살바도르로 향하는 길, 경유지인 마이애미 공항에서부터 긴장감은 시작되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승객들을 무섭게 노려보는 경찰견들의 날카로운 눈빛에 압도되었습니다. 지은 죄도 없는데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분위기, 그것은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여정의 예고편과도 같았습니다.
썬팅 뒤에 숨겨진 찜통차의 사투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타고 도착한 엘살바도르 공항. 저를 맞이한 회사 차는 에어컨조차 나오지 않는 낡은 차량이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작은 구멍을 제외하고는 차 안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시커멓게 썬팅이 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너무 답답하고 더워서 창문을 열려 하자 직원이 소리를 지르며 제지했습니다. "절대 열면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 내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이곳에서 외국인이 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곧바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에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찜통 같은 차 안에서 숨죽여 달려야 했습니다.
전기 철조망 속의 기숙사, 그리고 낯선 친숙함
겨우 도착한 숙소는 집 전체가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명을 부지하기 힘들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살기 위해 스스로를 가둬야 하는 삼엄한 풍경 속에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기숙사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의 외모가 너무나도 동양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한국에 돌아온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남미의 일본(Japan)'이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아시아계를 닮은 그들의 외모는 낯선 타국에서 묘한 친숙함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악명 높은 감옥 이면의 진실
요즘 뉴스에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엘살바도르의 감옥 소식을 접할 때면, 저는 그때 제가 머물렀던 그 삼엄한 풍경들을 떠올립니다. "왜 그렇게까지 험악한 감옥이 필요한가"라고 묻는 이들도 있겠지만, 직접 그 현장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껴본 저로서는 그런 강한 통제가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힘든 척박한 현실을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치열한 시간
엘살바도르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다시 머나먼 길을 돌아 한국으로 향할 때, 저는 비로소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내일의 안녕을 장담할 수 없던 그곳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생존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깨닫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보증의 시련으로 시작된 이 디아스포라의 길은, 저를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치열한 현장들로 이끌며 저를 단련시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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