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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기록 46]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 그리고 지금의 나추억 기록 2026. 1. 15. 09:01728x90반응형SMALL
가끔 조용한 시간에 혼자 잠겨 있다 보면,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랫동안 곁에 계셨더라면, 우리 가정이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시절 우리가 살았던 방배동의 그 집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자리였습니다. 만약 그 자리를 지키며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면, 아마 우리 집 살림은 꽤나 넉넉했을 겁니다.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겠지요.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리 누님들입니다. 그 명석했던 누님들이 가정 형편 때문에 희생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공부를 마쳤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확신하건대, 누님들은 서울대 법대나 의대 정도는 충분히 진학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똑똑하고 재능 있는 분들이었으니까요. 저 역시 지금보다 조금 더 평탄한 길을 걸으며, 더 나은 위치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걸어온 길'을 묵묵히 바라봅니다.
하나님은 늘 그렇듯, 인간에게 시련을 주심으로써 비로소 바른 자리를 찾게 하시는 섭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그 시절의 결핍과 시련이 있었기에, 저는 더 치열하게 삶을 개척할 수 있었고 지금의 단단한 저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옛날 일에 대한 원망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조금만 더 자리를 지켜주셨더라면...' '아버지가 조금만 더 가정을 돌보아주셨더라면...' 한때는 사무치게 들었던 그런 원망도 이제는 세월 속에 녹아 평온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추억을 기록하며, 부질없을지 모를 '만약에'라는 가정을 한번 품어봅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닙니다. 비록 부모님의 따뜻한 온실은 없었지만, 거친 비바람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낸 형제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 시간을 건너온 제 자신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어서일 겁니다.
상상 속의 풍요로움보다, 현실의 치열함이 만들어낸 지금의 제 모습이 싫지 않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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