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참 다사다난했던 4월 말이었습니다.
40년이 넘는 직장 생활 끝에 맞이한 갑작스러운 퇴직.
마음속으로는 아직 3년은 더 현역으로 뛰며 땀 흘리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기에, 아쉬움과 쓸쓸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맙게도 전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안받은 자리는 임원이 아닌 '고문'이었습니다.
후배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
누군가에게는 명예롭고 편안한 자리일지 모르겠지만, 제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저는 아직 뒤에서 훈수를 두는 조언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현역'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익숙하고 편안한 길 대신, 조금은 거칠고 낯선 길로 발길을 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7월부터 새로운 일터로 출근합니다.
제 평생의 업이었던 자동차 부품이나 전자 산업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제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환경장비' 분야입니다.
전혀 접해보지 않은 산업이기에 솔직히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라는 한계를 보지 않고, 저라는 사람의 가치와 경험을 믿고 기회를 준 고마운 곳이기에 기꺼이 도전해 보려 합니다.
그런데 참 묘한 인연입니다.
새로 출근하게 될 회사를 살펴보니, 제가 직장 신참 시절 몸담았던 연구소의 공기와 참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첫발을 내디뎠던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랄까요.
전혀 낯설 줄만 알았던 곳에서 젊은 날의 열정과 전공 지식을 다시 마주하게 되니, 낯선 환경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실낱같은 희망과 자신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릅니다.
두 달 동안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이제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맵니다.
돌아오는 7월부터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학생처럼 기초부터 새롭게 공부할 생각입니다.
산업의 겉모습은 달라도 현장의 본질과 혁신의 원리는 결코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청년 시절의 전공 지식에 평생 쌓아온 데이터 기반의 관리 노하우를 더해, 이 새로운 토양 위에 어떻게 멋진 혁신의 꽃을 피워낼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멋진 고문보다 땀 흘리는 현역을 선택한 나의 제2막.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 일터에서 멋진 발자국을 남겨보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