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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월급날의 의식, 그리고 월요일의 딜레마은퇴를 준비합니다. 2025. 12. 22. 16:49728x90반응형SMALL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하고, 익숙한 은행 알림이 뜬다. '급여 입금'. 직장 생활을 오래 했고, 어느덧 임원이라는 자리에 있지만, 월급날이 주는 안도감과 소소한 기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리 부부에게는 월급날마다 치르는 암묵적인 의식이 있다. 바로 퇴근 후 아내와 함께하는 외식이다. 거창한 파티는 아니지만, 한 달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했다는 서로에 대한 위로이자 격려의 시간이다.
"오늘은 어디 갈까?" "글쎄, 저번에 봐둔 그 이자카야 갈까? 아니면 깔끔하게 고기?"
맛집을 검색하고 메뉴를 고르는 과정부터 이 의식은 시작된다. 맛있는 저녁에 기분에 따라 곁들이는 술 한 잔. 그 시간만큼은 회사에서의 긴장도, 책임감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우리'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난감하다. 하필이면 월급날이 월요일이라니. 주말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찾아온 월요일의 업무 강도는 만만치 않았고, 내일인 화요일 역시 빽빽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한잔해!" 하고 털어버릴 술잔이 오늘따라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왜 하필 월급날은 월요일인 걸까?'
금요일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을 텐데. 월요일 저녁의 술 한 잔이 내일의 컨디션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게 되는 나 자신이 조금 야속하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오늘이 월급날이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아내와 마주 앉아 나누는 저녁 한 끼는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인 것을.
부담스럽지 않은 메뉴를 골라야겠다. 내일의 숙취는 없게, 하지만 오늘의 기분은 낼 수 있게. 가볍게 반주를 곁들일 수 있는 깔끔한 일식이나, 속이 편안한 전골 요리 정도가 좋겠다. 월요일의 피로를 핑계 삼아 대충 때우기엔, 오늘 하루도, 그리고 지난 한 달도 우리 참 열심히 살았으니까.
퇴근길,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여보, 오늘은 가볍게 회 한 접시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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