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어 울렁증 극복기, 방송대 영문학과 졸업과 아내의 김박스 책상
    나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2026. 2. 25. 07:16

    어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회사 업무가 워낙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유튜브 중계로 잠시 지켜보았습니다. 몸은 의정부에 있었지만 마음만은 졸업식장에 가 있었네요. 직접 학사모를 쓰지 못한 아쉬움도 잠시, 지난 3년의 궤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처음 방송대 영문학과 2학년으로 편입학을 결심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괴롭혀 온 영어에 대한 울렁증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학업이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무사히 졸업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학업은 아들과 함께 시작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아들도 저와 같이 영문과 공부를 해왔는데, 아쉽게도 한 과목이 부족해서 다음 학기에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자가 나란히 학사모를 쓰고 같이 졸업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년 동안 묵묵히 제 공부를 뒷바라지해 준 아내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의정부 집은 회사에서 제공해 준 숙소입니다. 언젠가 이사를 가게 되면 다 짐이 될까 봐 가구를 새로 들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아내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저만의 공부방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회장님께서 보내주셨던 현숙이네 김 박스 두 개를 기둥 삼아 양옆에 세우고, 그 위에 박스를 가로로 얹어 근사한 책상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누가 봐도 아내의 눈썰미와 솜씨가 만들어낸 대단한 작품입니다. 저는 그 김박스 책상 위에서 참 많은 밤을 지새우며 영어 책과 씨름했습니다.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시작도 못 했을 일입니다.

    물론 혼자만의 의지로는 부족했습니다. 방송대 공부라는 것이 인터넷 강의만 들어서는 절대 제때 졸업하기 힘들다는 것을 주변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파씨(Farsee)라는 이름의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습니다. 멀리 본다는 그 멋진 이름처럼, 파씨에서 선배님들의 지도와 노하우를 열심히 따랐습니다. 스터디 강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제 기억에도 결석한 날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터디에서 그렇게 열심을 내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저에게 강사 대타로 리더 역할을 맡아보라는 제안이 왔습니다. 얼떨결에 몇 번 강단에 서보았는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라는 것은 회사 생활을 하며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 과목이 영어이다 보니 진땀을 꽤나 흘렸습니다. 하지만 그 힘들었던 시간들 덕분에 제 영어 실력도 한 뼘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처음에 목표했던 영어 울렁증은 치료되었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아닙니다. 하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영어가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3년의 과정을 통해 아, 이렇게 공부하면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파씨 스터디 그룹 멤버들처럼 앞으로 계속 같이 공부할 든든한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이 동문들과 함께라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영어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길고도 짧았던 3년의 과정을 거쳐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의 김박스 책상, 함께 공부한 우리 아들, 그리고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던 파씨 선후배님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