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POSCO)의 위대한 유산: 리더의 편지 한 통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 2026. 1. 30. 16:05
(부제: 혁신은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땀 흘리는 것이다)
1. 컨설턴트의 직언: "현장은 경영자의 얼굴입니다"
내가 포스코의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한 중견기업을 지도할 때의 일이다. QSS(Quick Six Sigma) 1단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었지만, 현장의 변화는 더뎠다. 경영진은 바쁘다는 핑계로 현장에 잘 나타나지 않았고, 직원들은 냉소적이었다.
나는 펜을 들어 그 회사의 부사장과 상무에게 건의문을 썼다. 컨설턴트로서 "갑"인 고객에게 쓴소리를 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지만, 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컨설턴트의 편지]
"부사장님, 현장은 경영자의 얼굴입니다. 지금 현장이 더럽고 정리가 안 된 것은, 경영자가 그렇게 되도록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땀 흘리는 경영자의 모습만을 믿습니다. 부사장님이 솔선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순간, 직원들도 바로 빗자루를 놓을 것입니다. 제발 청소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30억 원짜리 설비를 닦고 조여서 수명을 1년만 늘려도 3억 원을 버는 것입니다. 제발 혁신 활동을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나는 간곡하게 호소했다. 혁신은 결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이다.
2. 2세 경영자의 고백: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고 있었습니다"
나의 직언이 통했을까. 며칠 뒤, 그 회사의 부사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이 공장에 나붙었다. 그것은 지시사항이 아니었다. '고백과 당부'라는 제목의, 2세 경영자로서의 콤플렉스와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편지였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이 그동안 '아버지 잘 만나서 임원 된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들을까 봐, 현장 사람들과 부딪히기를 두려워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유명한 '술 취한 남자와 가로등' 이야기를 꺼냈다.
[부사장의 답장: 고백과 당부]
"술 취한 남자가 가로등 밑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여기서 잃어버렸습니까?' 하고 묻자, 남자가 대답합니다. '아니요, 저쪽 어두운 곳에서 잃어버렸는데, 여기가 밝아서 찾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삶이 두려워지면 편하고 익숙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현장의 어둡고 불편한 문제들과 부딪히는 것이 두려워, 시스템이니 전략이니 하는 밝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강요하고 다그쳐서 미안합니다. 저를 감시자가 아니라 '같은 팀'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3. "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함께 합시다"
그는 혁신(革新)의 어원이 '가죽을 벗겨 새롭게 태어나는 것'임을 언급하며, 자신부터 껍질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저부터 껍질을 벗겠습니다. 이제 폼 잡는 부사장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땀 흘리고 문제를 직시하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우리 함께 ABC(가명)만의 문화를 만들어 봅시다."

이 편지가 공개되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로도 움직이지 않던 사람의 마음을, 진심이 담긴 편지 한 장이 움직인 것이다. 그동안 냉소적이었던 베테랑 작업자들이 스스로 빗자루를 들기 시작했다. "부사장님이 저렇게까지 자존심을 내려놓고 나오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4. 기술 이전에 사람이다
나는 스마트 팩토리를 하겠다는 후배들에게 늘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돈만 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포스코의 솔선 활동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가로등 밑의 편안함을 찾는 관리자인가, 아니면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는 리더인가?" 가장 위대한 혁신 도구는 최첨단 로봇이 아니라, 리더의 '솔선수범'과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진심 어린 소통'이다.
'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는 창의성을 외치는데, 왜 조직은 요지부동일까? (42) 2026.02.03 코엑스에서 만난 인연,나를 뛰어넘은 제자 (16) 2026.01.29 엔지니어와 데이터의 숙명 (65) 2026.01.27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마법, 그것이 진짜 혁신이다 (40) 2026.01.22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VSM으로 그리는 공장의 지도 (74)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