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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마법, 그것이 진짜 혁신이다
    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 2026. 1. 22. 17:43

    사람들은 종종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거창한 무언가를 기대한다. 세상에 없던 기술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하는 신제품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리고 내 삶의 궤적 안에서 내가 목격한 진짜 혁신은 그런 요란한 모습이 아니었다.

    나에게 혁신의 진짜 의미를 가르쳐 준 분은 BW그룹(가명)을 컨설팅할 때 만난 이영대 사장님이셨다. 당시 나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무언가를 가르치러 그곳에 갔지만, 돌이켜보면 진정한 스승은 사장님이셨다. 그때 사장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혁신입니다."

    그분의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바로 '한번 정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이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이, 제조업의 현장에서는 품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무서운 믿음이 된다는 것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어려움을 겪던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멋진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기본을 지키는 힘에 있었다.

    그 덕분에 나 역시 그 토양 위에서 간판(Kanban)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무용지물이지만,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문화 속에서는 평범한 도구도 비범한 성과를 내는 무기가 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또한 사장님은 직원들에게 "출근을 하면 주변에 있는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바꾸어야 한다"는 사상을 끈질기게 가르치셨다. 심지어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를 줍는 일조차 '개선'으로 여기셨다. 남들이 보기엔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 작은 일이었지만, 사장님은 그런 사소한 개선 사례 건수들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챙기셨다.

    이를 뒷받침했던 것이 바로 그 당시의 독특한 '개선 제안 시스템'이었다. 보통의 제안 제도가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포상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곳은 제안의 횟수와 지속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거창한 발명품이 아니어도 좋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즉시 현장에 반영되는 경험을 공유하게 했다.

    그 당시의 개선 제안 시스템

    위 사진은 당시 내가 직접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했던 '개선제안 실적' 관리 프로그램의 화면이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기능은 없지만, 이 시스템을 통해 매일매일 올라오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데이터로 쌓였다.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직원들은 '내 일터는 내가 바꾼다'는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고, 결국 그렇게 모이고 쌓인 아주 작은 개선들이 훗날 회사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나는 두 눈으로 목격했다.

    기억에 남는 가르침은 또 있다. 사장님은 평소 사소한 소모품 하나를 아끼는 데도 엄격하셨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회사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격려하셨다.

    "사소한 것은 철저히 아끼자. 그리고 그 아낀 돈으로 설비만큼은 세계 최고를 사오자."

    낭비를 줄여 만든 여력으로 핵심 경쟁력인 설비에는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그분의 의지는 직원들에게 강한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진정한 절약이란 단순히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기 위한 치열한 준비였던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자동차 부품도 마찬가지다. 볼트 하나, 너트 하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금속 조각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그 볼트가 극한의 진동을 천만 번 견뎌내고,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결코 풀리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정한 것을 지키는' 기술이자 집념이다. 겉보기엔 똑같은 쇳덩이 같아도, 그 안에 담긴 밀도와 정교함이 달라질 때 그 평범한 부품은 비범한 안전장치가 된다.

    이 원리는 문학을 공부하며 느끼는 감동과도 맞닿아 있다. 위대한 작가들은 결코 존재하지 않던 외계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쓰는 평범한 단어들을 배열하여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비범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우주적인 의미를 길어 올리는 그들의 시선이 곧 문학적 혁신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평범함을 지루함이나 진부함과 동의어로 착각하곤 한다. 그래서 자꾸만 밖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이영대 사장님이 보여주셨듯,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 담배꽁초 하나를 줍는 마음으로 개선하는 것, 그리고 사소한 것을 아껴 최고의 설비에 투자하는 것. 이 평범한 진리들을 비범한 수준으로 수행해 내는 뚝심 말이다.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떠했는가. 혹시 평범하다는 핑계로 정해진 원칙과 타협하며 흘려보내지는 않았는가. 내 책상 위에 놓인 가장 사소한 업무 하나, 동료와의 작은 약속 하나를 집어 들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시도. 그 시도가 있는 하루라면, 오늘은 결코 평범한 날이 아니다. 가장 비범한 혁신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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