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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 안성기 배우를 떠나보내며건강하게 삽시다. 2026. 1. 6. 06:47728x90반응형SMALL
좋아하던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안성기. 향년 74세. 국민 배우라는 호칭이 누구보다 어울렸던 사람. 뉴스를 통해 접한 그의 부고는 단순한 타인의 죽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와 나의 나이 차이는 딱 10살. 그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 때문일까. 그의 떠남이 마치 10년 후 나에게 닥쳐올 예고편 같기도 하고,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미래를 마주하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온다.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온 그의 인생 여정을 알기에 그 애틋함은 더하다.

그의 영면을 보며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되돌아본다. 지금껏 나의 삶을 지탱해 온 단어는 '투쟁'이었다. 거친 파도와 같은 세상 속에서, 그리고 치열한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늘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삶의 방식을 내려놓고 싶다.
더 이상 날 선 투쟁이 아니라, 화해와 이해로 남은 삶을 채우고 싶다. 서로를 보듬어 주는 삶. 날카롭게 부딪혀 불꽃을 튀기는 대신, 따뜻하게 감싸 안는 온기를 선택하고 싶다.
물론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여전히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고, 때로는 원치 않는 갈등 속에 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식만큼은 피하고 싶다.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한때는 무조건적인 친절과 배려가 미덕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나친 친절은 때로 독이 되었고, 배려라고 건넨 마음은 배신이라는 차가운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이제는 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친절은 필요치 않다는 것을. 그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서로를 병들게 할 수도 있음을.
남은 내 인생의 페이지들은 '나쁜 감정'들을 지워내고 싶다. 억울함, 분노, 배신감 같은 찌꺼기들은 흘려보내고, 그 빈자리를 '좋은 감정'들로만 채우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10년 먼저 앞서간 그가, 남겨진 나에게 조용히 일러주는 마지막 가르침인 것만 같다.
투쟁의 갑옷을 벗고, 화해의 옷을 입으며. 그렇게 나의 남은 계절을 담담하고 평온하게 걸어가려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나의 남은 날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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