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추억 기록 27] 큰누나네 자갈밭, 그리고 희망의 주차장
    추억 기록 2025. 12. 26. 10:16
    728x90
    반응형
    SMALL

    부제: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가족의 정과 삶의 반전

    현자 누나와 함께 큰누나네를 찾아갔던 그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지금은 과천 경마장이 들어선 그곳은, 당시만 해도 거친 자갈밭에 불과했다. 큰누나의 남편, 나의 매형은 집안의 막내였던 탓인지 그 집에서 가장 척박한 땅을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현자 누나와 나는 그 자갈밭에 쭈그리고 앉아 누나를 도왔다. 농사일이라곤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우리 남매의 손길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큰누나의 현실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갈밭을 보며 '누나는 어떻게 이런 험한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밀려왔다.

    우리가 돕는다고 해봐야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던 것은 고된 노동보다 가끔 들려오는 소문들이었다. 누나가 매형에게 맞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던 당당하고 고운 큰누나가, 매를 맞고 산다니... 분노와 슬픔이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매형을 찾아가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세상이 참 험악하구나" 하는 무력감과 탄식만 삼킬 뿐이었다.

    그런데 그 척박했던 자갈밭에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옆에 과천 경마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던 그 울퉁불퉁한 자갈밭은 경마장을 찾는 수많은 인파를 위한 임시 주차장으로 변모했다.

    그때 구원투수처럼 등판한 것이 둘째 매형이었다. 남다른 운전 감각과 주차 실력을 갖춘 둘째 매형은 매주 주말이면 큰누나네 주차장으로 달려가 봉사 활동을 자처했다. 밀려드는 차들을 능수능란하게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주말을 보냈지만, 그 덕분에 큰누나네 살림살이에는 볕이 들기 시작했다.

    황무지 같던 자갈밭이 사람들로 붐비는 주차장이 되고, 가족들의 땀방울이 모여 삶을 지탱해 주는 기반이 되었다. 누나네 생활이 비로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긴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자갈밭은 우리 가족에게 아픔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희망의 땅이 되었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