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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나이가 얼마냐"는 물음에 답하며
    추억 기록 2026. 2. 12. 11:20

    나그네 길 130년, 그리고 나의 60여 년

    바로 왕이 늙은 야곱에게 물었습니다. "네 나이가 얼마냐." 야곱은 대답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환갑을 한참 넘긴 제게 누군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저 역시 잠시 목이 메어 대답을 고를 것 같습니다. 제 나이는 단순히 흐른 시간이 아니라, 오복상회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굽이굽이 넘어온 고개들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험악했던 세월의 기억들

    돌아보면 참으로 험악한 세월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오복상회의 기억을 뒤로하고, 제 인생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유일한 후원군이었던 어머니를 여의었을 때 세상은 처음으로 그 차가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그 이후의 삶은 오롯이 홀로 버텨내야 하는 투쟁이었습니다.

    매서웠던 군 생활, 그리고 수십 년간 이어온 직장 생활의 무게는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야곱은 양 치는 기술로 거부라도 되었다지만, 저는 무엇을 남겼나 자문해 봅니다. 친구의 보증 하나에 평생 공들여 마련한 집을 허망하게 날렸을 때, 나 하나 믿고 살아온 아내와 아이들을 고생시켰던 그 미안함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빈손인 듯하나 빈손이 아닌 삶

    야곱처럼 눈에 보이는 가축 떼가 넘쳐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야곱이 결국 깨달은 것은 자신이 움켜쥐려 했던 세상의 복이 아니라, 그 고통의 시간을 뚫고 자신을 인도해온 보이지 않는 손길이었습니다.

    저 역시 집도 잃어보고 사람에게 상처도 입었지만, 그 험악한 세월 덕분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내의 귀함, 어려움 속에서도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 그리고 그 모든 파고를 넘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나'라는 존재의 단단함입니다.

    야곱은 바로를 축복하며 왕궁을 나왔습니다. 비록 세상적인 기준으로는 남은 게 없어 보일지 몰라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년의 영혼은 왕보다 더 부유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저의 험악했던 세월을 훈장 삼아, 이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축복하는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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