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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 기록 38] 길도, 마음도 잃지 않게 해주었던 '인간 내비게이션', 나의 둘째 매형
    추억 기록 2025. 12. 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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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자동차 시동을 걸면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부터 켠다. 모르는 길은 물론이고 아는 길도 실시간 교통 정보를 얻기 위해 기계의 목소리에 의존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 편리한 기계가 세상에 없던 시절, 우리 가족에게는 그보다 더 정확하고 든든한 '인간 내비게이션'이 있었다. 바로 나의 둘째 매형이다.


    ​1. 지도가 머릿속에 있었던 사람
    ​둘째 매형에게는 정말이지 신기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초행길이라 해도, 아무리 복잡한 골목이라 해도 매형은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다. 조수석에 앉아 "매형, 이 길 맞아요?"라고 물을 새도 없이,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해 있곤 했다.
    ​요즘 같은 GPS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저 머릿속에 지도를 펼쳐놓은 듯, 매형은 어디든 한 번에 찾아갔다. 그 거침없는 운전 실력과 방향 감각은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운전을 잘한다는 것을 넘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무한한 신뢰감이었다.


    ​2. '백년손님'이 아닌 '진짜 식구'
    ​흔히 사위는 '백년손님'이라 하여 깍듯하지만 다소 어려운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우리 집 매형들은 달랐다. 아니, 둘째 매형은 유독 더 그랬다. 매형은 손님 자리에 앉아 대접받기를 거부하고, 기꺼이 우리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궂은일을 자처했다.
    ​집안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매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단순히 말로만 위로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땀을 흘리며,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매형은 우리 형제들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보여주곤 했다.


    ​3. 경마장 주차장의 땀방울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큰누나가 경마장 주변에서 주차장 사업을 할 때였다. 주말이면 경마장 주변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했고, 거친 일들이 다반사였다. 여자의 몸으로 감당하기엔 벅찬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때마다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것이 둘째 매형이었다. 매형은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 누나를 도왔다. 뙤약볕 아래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차들을 정리하고, 험한 소리가 오가는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그 탁월한 '내비게이션' 능력으로 차들을 척척 정리해 내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누나의 고단함을 덜어주기 위해 헌신하던 그 뒷모습. 그것은 단순히 일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처가 식구의 아픔과 고생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무언의 약속과도 같았다.


    ​4. 길을 알려주던 사람
    ​돌이켜보면 매형은 도로 위의 길만 잘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힘들고 지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묵묵히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방향을 잡아주던 인생의 내비게이션이었다.
    ​계산적이지 않았던 헌신, 조건 없던 사랑. 우리 남매들이 굴곡진 세월을 건너오며 서로를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매형들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진짜 가족"이 되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따라 막힘없이 목적지를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문득 그 시절 투박하지만 따뜻했던 둘째 매형의 운전대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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