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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방송대 영문과 졸업, 그 후... 196*년생, 60대 중반의 '공부 방황기'은퇴를 준비합니다. 2025. 12. 18. 06:27728x90반응형SMALL
드디어 끝났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과정. 시험을 마쳤을때의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주말마다 나를 옥죄던 과제와 시험에서의 해방감.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토록 바랐던 '자유'가 찾아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마치 매일 달리기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멈춰 섰을 때 느끼는 근육의 떨림 같은 것일까?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습관처럼 질문을 던진다. "이제 나는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
어느덧 60대 중반. 196*년생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고, 이제는 서서히 현직에서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 이 시점에서 나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는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머릿속에 맴도는 몇 가지 선택지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주택관리사: 은퇴 후를 위한 보험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자격증'이다.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술자리에서 종종 하는 이야기. "은퇴하면 아파트 관리소장이 최고라더라."
주택관리사 자격증.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써먹을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이자 '보험'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경영 관리 업무와는 결이 다르지만,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해 미리 따두면 든든하지 않을까? 하지만 망설여진다. 과연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은퇴 후의 삶을 너무 '생계 방어'의 수단으로만 접근하는 건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든다.
2. 파이썬(Python): 내 업무의 확장이자 새로운 도전
두 번째 선택지는 뜬금없지만 '코딩'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중년의 파이썬', '직장인을 위한 데이터 분석' 같은 책들이 눈에 밟힌다.
내가 몸담은 자동차 부품 산업 현장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보고되는 데이터의 양은 방대해진다. 엑셀로 씨름하는 걸 넘어, 내가 직접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젊은 직원들과 말이 통하는 '깨어있는 선배'가 되고 싶기도 하고, 코딩이 치매 예방에 그렇게 좋다니 솔깃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3. 다시, 영어: 끝나지 않은 아쉬움
영문과를 졸업했지만, 솔직히 영어 실력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학문으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진짜 비즈니스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살아있는 영어'. 졸업한 김에 아쉬웠던 회화 공부를 다시 파고들어 볼까? 은퇴 후에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려면 지금 해두는 게 맞지 않을까?
4. 운동: 공부를 위한 체력, 삶을 위한 근육
그리고 마지막 고민, 운동. 사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안다. 60대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책상에 앉으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체력이 곧 실력이다"*라는 말, 뼈저리게 느낀다. 공부한다고 앉아만 있다가 배만 나온 건 아닌지...
결론: 나의 선택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안정을 택할 것인가(주택관리사), 도전을 택할 것인가(파이썬), 아니면 기본을 다질 것인가(영어, 운동).
지금 내 마음의 저울은 '파이썬'과 '운동' 쪽으로 조금 기울고 있다. 은퇴 준비는 단순히 자격증을 따는 게 아니라, 현직에 있을 때 나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눈을 키우면, 은퇴 후에도 단순 노무직이 아닌 컨설턴트나 자문역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생각도 내일이면 또 바뀔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고, 성장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방송대 졸업은 '공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공부의 시작'이었나 보다.
오늘 퇴근길에는 서점에 들러 파이썬 기초 책을 한 권 사봐야겠다. 일단 부딪쳐 보자. 60대의 공부는 성적표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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