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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5편] 공항의 좁은 방, 죄인이 되어 마주한 신대륙의 민낯추억 기록 2026. 2. 13. 15:14
단순히 경유하는 곳인 줄 알았더니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습니다. 미국을 경유해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타야 하는 여정, 저는 그저 미국이 지나가는 길목일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자가 없던 제게 내려진 절차는 TWOV (비자 없는 통과)라는 생경하고 가혹한 이름이었습니다.
비행기 문 앞의 감시자와 8시간의 구금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비행기 문 바로 앞에서 낯선 사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마치 도망자를 감시하듯 저를 이끌고 좁은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비행기를 갈아탈 때까지 8시간 동안 그 좁은 공간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향해 "왜 가느냐", "무슨 일을 하느냐"며 끊임없이 몰아세웠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자 통역까지 불러 진행된 조사는 흡사 죄인을 다루는 취급이었습니다.

선착순이라는 비행기, 그리고 우여곡절 끝의 상륙
긴 조사를 마치고 기진맥진하여 비행기를 타러 갔지만, 이번엔 "선착순이라 늦었다, 내일 다시 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이민국 측에서 저를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수 없었는지 강하게 밀어붙여 겨우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한 달간의 고된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역시 같은 대우의 반복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IMF 직후라 한국인에 대한 검열이 유독 심했던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국가의 힘이 약해졌을 때 개인이 겪어야 하는 서러움을 온몸으로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굴욕을 성장의 동력으로
그 좁은 방에서 보낸 8시간은 제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내가 발을 딛고 선 세계 무대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며, 실력뿐만 아니라 나를 증명할 자격 또한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굴욕적인 경험은 제가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침상을 빼앗겨 등 떠밀려 나온 길이었지만, 저는 그곳에서 또 다른 성장의 벽을 마주하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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