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떠나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선별 지옥'을 멈추는 법
(부제: 제3자 선별 비용과 인력 유출을 막는 유일한 방패, 파이썬)
1. 두 가지 형태의 지옥
품질 이슈가 터지면 중소기업은 두 가지 형태의 지옥을 맛본다.
첫째, 국내 고객의 '오라 가라' 호출이다.
"불량이 의심되니 당장 와서 전수 선별하세요." 직원들은 남의 공장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밤새 부품을 뒤진다. 모멸감과 육체적 고통에 지친 젊은 직원들은 결국 사표를 던진다.
둘째, 해외 고객의 '비용 폭탄' 통보다.
그들은 우리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제3자 선별 업체(3rd Party)를 고용한다. 그리고 나중에 통보한다. "선별 완료했다. 비용은 청구하겠다." 달러(USD)로 찍혀 날아온 청구서를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부르는 게 값인 그들의 비용 청구에 회사의 이익은 순식간에 증발한다.
2. "느낌이 다르다"는 말의 무게
가장 난감한 건, 정량적인 불량이 아닌 경우다. 스펙(Spec)은 오차 범위 내에 완벽하게 들어오는데, 해외 고객사 측에서는 이렇게 피드백을 주곤 한다. "데이터상으로는 맞는데, 현장에서 엔지니어가 느끼기에(Feeling) 예전 제품과 질감이 다릅니다."
이런 '감성 품질' 이슈가 제기되면, 우리는 대응하기가 참 어렵다. 명확한 불량 기준이 없으니, 결국은 고객사의 요청대로 인력을 투입하거나 거액의 제3자 검사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아닙니다. 똑같습니다"라고 말로만 주장해서는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을 넘을 수 없다.
3. 감정 대신 '파이썬'으로 소통하다
수년 전, 글로벌 모 고객사로부터 비슷한 이슈가 제기되었다. "예전 제품과 다르니 제3자 검사 업체를 쓰겠다"는 통보였다. 그대로 진행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상황. 나는 감정적인 호소 대신, 객관적인 데이터로 설득해 보기로 했다.
나는 창고에서 과거 제품과 현재 제품의 샘플 데이터를 확보해 파이썬(Python)을 켰다. 내 목표는 '통계적으로 두 집단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 제품 그룹의 차이를 비교하는 T-검정(T-test)을 수행했다.
결과: P-value(유의확률) = 0.32
이 숫자는 통계적으로 "두 제품은 99.9% 동일하다"는 뜻이다.
4. 결과: 청구서 대신 신뢰를 얻다
나는 이 결과와 두 개의 정규분포가 완벽하게 겹친 그래프를 정리해 고객사에 보냈다. "엔지니어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두 제품은 통계적으로 동일합니다(No Significant Difference). 제3자 검사를 진행할 명분이 약합니다."
명확한 데이터 근거가 제시되자, 고객사도 이를 수용했다. 결국 검사 계획은 철회되었고, 우리는 과학적인 품질 관리를 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파이썬 코드 몇 줄이 수천만 원의 비용과 직원들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5. 후배들이여, 살기 위해 배워라
내가 나이 60대에 돋보기를 쓰고 코딩을 배우는 이유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직원과 내 회사의 돈을 지키기 위해서다.
기술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거나 돈으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룰 줄 알면, 앉아서 논리로 이길 수 있다. 지옥 같은 출장 선별과 비용 청구서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장 파이썬을 배워라. 그것이 중소기업 엔지니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