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30년, 데이터로 다시 쓰다

품질경영기사 시험 제도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제언

파이썬 공장 2026. 1. 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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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2020년의 경험, 그리고 남은 과제

저는 지난 2020년, 배극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품질경영기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늦은 나이의 도전이었지만, 강의를 통해 통계의 기초 원리를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었고 이는 실무를 바라보는 눈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장을 나오면서 느낀 감정은 '후련함'보다는 일종의 '단절감'이었습니다. "과연 이 복잡한 손계산이 내일 당장 회사 업무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지만, 그것이 단순히 자격증이라는 종이 한 장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치부된다면 그 노력의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적 지식이 시험용 답안지에서 멈추지 않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이어지게 하는 개선이 시급합니다.

2. 현행 시험 제도의 주요 문제점

(1) 도구의 부재와 현실성 결여

현재 시험은 공학용 계산기와 표준정규분포표를 지참하여 수기 계산을 하는 방식입니다. 실무에서는 Minitab, JMP, R, Python, 엑셀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몇 초 만에 처리할 데이터를, 시험장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계산기로 두드리느라 시간을 허비합니다. 이는 '분석 능력'이 아닌 '숙련된 계산 기능'을 테스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2) 현업 적용성(Applicability)의 부재

가장 큰 문제는 시험이 끝난 후, 학습한 내용을 현업에 적용할 방법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시험은 정해진 답을 찾는 데만 집중할 뿐, "이 통계를 가지고 실제 공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통계적 산출물을 해석하고 액션 아이템(Action Item)을 도출하는 과정이 빠져 있어, 자격증 취득자와 실무 전문가 사이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3)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검증 미흡

현대 품질 경영은 수만 건의 데이터를 다루지만, 시험 문제는 계산 편의를 위해 표본 수를 극도로 줄인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이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상점을 발견하는 실무 역량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됩니다.

3. 시험 제도의 개선 방향 제언

'계산'은 컴퓨터에게 맡기고, 사람은 '해석'과 '해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이 전환되어야 합니다. 시험 자체가 일종의 '모의 현장 실습'이 되어야 합니다.

(1) CBT 환경 내 통계 소프트웨어 활용 도입

이미 많은 자격증 시험이 CBT(Computer Based Test)로 전환되었습니다. 품질경영기사 역시 시험 프로그램 내에 기본적인 통계 툴(혹은 엑셀의 통계 함수) 기능을 탑재해야 합니다.

  • 변경 전: $Z$값 계산 과정을 손으로 풀이
  • 변경 후: 데이터를 툴에 입력하여 결과를 산출하고, 그 $P$-value가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거나 객관식으로 선택

(2) 시나리오 기반의 문제 해결형(Case Study) 평가

단순 계산 문제 비중을 줄이고, 실제 공정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문제를 늘려야 합니다.

  • 예시: "A 공정에서 불량률이 증가하고 있다. 제공된 관리도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상 원인이 무엇인지 추정하고, 가장 적절한 개선 조치를 선택하시오."

(3) 결과 해석 및 의사결정 능력 평가 (Action-Oriented)

단순히 통계량을 구하는 것을 넘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묻는 문제가 출제되어야 합니다.

  • 변경 방향: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시오" 가 아니라, "현재 공정 능력이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중심 이동이 필요한지, 산포 감소가 필요한지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고 작업 표준 개정 방향을 제시하시오."와 같이 현업 적용력을 직접적으로 묻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4. 산업 현장에 미칠 긍정적 효과

시험 방식이 이렇게 바뀐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1. 실무 연결성 강화: 자격증 공부 과정 자체가 실무 훈련이 되므로, 취득 즉시 현장 데이터 분석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2. 문제 해결력 강화: 공식을 외우는 직원이 아니라, 데이터의 흐름을 읽고 품질 문제를 개선할 줄 아는 직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3. 스마트 팩토리 적응력: 자동화된 공정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이 강화됩니다.

5. 결론

"세상이 바뀌었으니 시험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현장의 절실한 요구입니다. 배극윤 교수님의 강의처럼 훌륭한 이론 교육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 배움을 검증하는 방식 또한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합니다.

시험장을 나서는 수험생이 "이제 계산은 끝났다"가 아니라, "이제 이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바꿔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계산기가 아닌 '통찰력'을 검증하는 시험으로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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