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기록 17] 방글라데시에서 쏘아 올린 기도, 1년 빨랐던 금연의 기적
가끔 담배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10여 년 전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던 놀라운 '타이밍'의 기적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은 나와 함께 공부를 하고 투자를 논하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인 아들 원석이. 하지만 녀석에게도 지독한 '골초' 시절이 있었다. 어찌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지, 아들의 방문을 열면 자욱한 담배 냄새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방글라데시에서 보낸 간절한 기도
2013년, 나는 회사 업무로 방글라데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몸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 가족의 끈끈함은 거리 따위가 방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국제전화로 연결해 '가족 예배'를 드렸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우리의 기도 제목은 단 하나였다. "원석이가 담배를 끊게 해 주세요."
타국의 외로움 속에서도 나는 매주 전화기 너머로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잔소리 대신, 그저 아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매주 하늘에 청원을 올렸다.
2014년 1월 1일의 응답, 그리고 김혜자 선생님의 일화
그리고 맞이한 2014년 1월 1일.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지독한 애연가였던 아들이 거짓말처럼 담배를 딱 끊은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들의 고백이었다. "아버지, 이상하게 1월 1일이 되니까 담배 냄새가 너무 역겨워서 피울 수가 없었어요."
마치 국민배우 김혜자 씨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30년 넘게 담배를 피우던 김혜자 씨가 미국에 있는 딸의 간절한 100일 기도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담배 맛이 역겨워져 끊게 되었다는 그 이야기. 우리 집에서도 똑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보낸 나의 기도가 아들의 오감을 변화시킨 것이 분명했다.
1년을 앞서간 예비하심
돌이켜보면 이 타이밍은 정말 기가 막힌 '신의 한 수'였다.
사람들은 보통 담뱃값이 2,000원이나 폭등했던 2015년의 '담배 파동'을 기억한다. 그때 많은 흡연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담배를 끊거나, 비싼 가격 때문에 고통받았다. 하지만 아들은 그보다 정확히 1년 전인 2014년에 이미 담배를 끊었다.
남들이 가격 인상으로 혼란스러워할 때, 아들은 이미 담배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였다. 마치 다가올 태풍을 미리 알고 1년 전에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것처럼, 기도는 가장 완벽한 때에 응답되었다.
술, 담배 없는 맑은 정신으로
그때 이후로 아들은 담배는 물론이고 술조차 입에 대지 않는 건실한 청년으로 거듭났다. 술, 담배를 멀리한 그 맑은 정신으로 지금은 나와 함께 인생을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멋진 아들이 되어주었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끊을 수 있었냐고.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잔소리가 아닌, '기도의 힘'이었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족을 위해 흘리는 눈물과 기도는 반드시, 그리고 가장 좋은 때에 응답받는다는 것을 나는 우리 아들을 통해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