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기록

[추억 기록 1] 41년 지기 ROTC 동기들과의 연말 모임, 그리고 "영등포 맥주집"의 추억

파이썬 공장 2025. 12. 2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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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모임이 있다. 바로 대학 시절 ROTC(1** 학군단) 화학공학과 동기 모임이다. 졸업 당시에는 혈기 왕성한 12명의 동기가 있었는데, 강산이 네 번 변한다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마음 맞는 5명 정도가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다.
오늘은 연말을 맞아 모처럼 친구들과 문화생활을 즐겼다. 국립극장에서 다 같이 공연(마당놀이)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들던 중, 우연히 옛날이야기가 나왔다. 친구 *욱이가 불쑥 나를 향해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라는 말을 꺼냈다. 평소에도 종종 하는 말이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유독 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바로 41년 전, 대학 4학년 때 영등포의 한 맥주집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당시 술에 취해 깨진 맥주병을 휘두르던 사람으로부터 *욱이를 보호하려다, 내가 대신 손을 다쳤던 일이 있었다. 친구가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몸을 던졌다가 얻은 상처였다.

( '대학 시절 붕대 감은 손' 사진 )
앨범을 뒤져보니 그때의 사진이 있다. 맨 왼쪽에 앉아 호기롭게 웃고 있는 내 오른손 손가락에 하얀 붕대가 감겨 있는 게 보인다. 친구들은 이걸 보고 '영광의 상처'라 부른다.
성욱이는 그날의 고마움을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있다. 이 모임에서 *욱이는 빵을 사서 보내면서, 카톡방에 **"생명의 은인에게 은혜 갚으려면 죽을 때까지 갚아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나는 그저 덤덤하게 대답했다. "다 추억이지.. 건강하게 살자고.."
12명에서 시작해 이제는 5명이 모이는 조촐한 모임이 되었지만, 4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만큼 우정의 깊이도 깊어졌다. 그때 그 영등포 맥주집의 의리 넘치던 청년들이 이제는 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었다. 친구들아,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 추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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