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준비합니다.

8화: 아버지의 침묵을 넘어, 아들과 '파이썬'으로 친구가 되기까지

파이썬 공장 2025. 12. 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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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늘 어렵고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따뜻한 대화보다는 가장으로서의 엄격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육군본부에 계시던 아버지 친구분의 도움으로 급하게 휴가를 받아 집으로 달려갔을 때, 아버지는 이미 간암 말기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 그리고 이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날 밤 저는 아버지 곁에 누워 밤을 지새웠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우리 부자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습니다. 평생 쌓인 서먹함은 죽음 앞에서도, 그리고 같은 이불을 덮고 누운 그 마지막 밤에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침묵은 제게 뼈저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나는 내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겠다.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다."

# 추억을 공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 '공부'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저는 아들과 '동학(同學)'의 길을 택했습니다. 우리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 강의를 듣고, 시험 기간의 압박감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친구'로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아들과 함께한 시간은 제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 영문과 졸업, 그리고 파이썬(Python): 나를 위한 발전이자 우리를 위한 시간

이제 영문과 졸업을 앞두고, 우리는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합니다. 바로 '파이썬(Python)' 코딩 공부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아들과 어울리기 위한 선택만은 아닙니다. 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60대인 저에게 코딩은 낯선 세상이지만, 은퇴를 준비하며 끊임없이 저 자신을 발전시키고 시대의 흐름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멈춰있는 노인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어른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들이 공부하는 길 옆에 나란히 서 있으려 합니다. 앞서서 끌어당기며 재촉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이거 참 어렵네, 같이 한번 풀어볼까?"**라고 말하며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친구가 되려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머리를 싸매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아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는 길, 저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노후 준비는 없을 것 같습니다.

P.S. 이 글을 쓰며 마음을 먹은 김에, 방금 온라인 파이썬 강의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늦은 나이의 코딩 도전기, 아들과 함께 즐겁게 완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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