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는 오늘도 회사와 연애하러 갑니다

1.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혹은 연애하러 가는 사람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설 때, 당신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설렙니까, 아니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까?
똑같은 '출근'이지만, 이 작은 마음가짐의 차이가 결국 인생의 결을 다르게 만든다고 저는 믿습니다.
2. 나를 키운 엄격한 스승들
젊은 날, 저의 직업관을 만들어준 두 명의 스승이 있었습니다. ROTC 장교 시절 만난 작전과장님은 오탈자 하나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분이셨고, 사회 첫 직장의 상사분은 무엇이든 가르치려 드는 열정적인 분이셨습니다. 당시엔 그 엄격함이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두 분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셨다는 점입니다. "일은 억지로 버티는 노동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즐기는 과업"임을 그분들의 뒷모습을 보며 배웠습니다.
3. "여보, 아직 새벽이야. 좀 있다가 나가요"

그 배움을 실천하기 위해 저는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첫 셔터'를 올리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느 날은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남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캄캄한 새벽, 저는 이미 씻고 양복까지 말끔하게 차려입은 채 현관 앞에 서 있었습니다. 빨리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에 준비를 너무 서둘렀던 것이지요. 부스스 잠에서 깬 아내가 시계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저를 말리더군요. "여보,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벌써 가려고 그래요? 너무 이르니까 좀 더 있다가 나가요."
아내의 만류에 멋쩍게 웃으며 잠시 앉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사무실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회사에 빨리 가고 싶어서 아내에게 제지당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출근길이, 저에게는 이토록 기다려지는 설렘의 길이라는 사실. 이것이 제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4. 새벽 6시 30분, 나를 위한 자유 시간

8시 30분 업무 시작 직전에 허겁지겁 도착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 사무실,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 이 2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를요.
이 시간은 회사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자유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방송대 강의를 듣기도 하고, 책을 보며 공부를 합니다. 남들은 피곤하지 않냐고 묻지만, 저에게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고 행복한, 나만의 성역(聖域)입니다.
5. 사장님이 안심하고 쉬는 주말 (나만의 주 6일제)
주 5일제가 정착된 시대지만, 저는 여전히 '주 6일제'를 고수하며 주말 아침 7시 30분에 회사로 향합니다. 제가 몸담은 곳은 기계가 멈추지 않는 제조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들이 출근하지 않는 조용한 주말, 현장을 한 바퀴 돌며 작업자분들의 진솔한 애로사항을 듣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지난 한 주를 복기하며 사장님께 올릴 주간 보고서를 정리합니다. 제가 이렇게 주말을 지키고 있기에, 오너 경영자께서도 마음 편히 휴일을 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묵직한 '신뢰'가 저에게는 월급 이상의 보람입니다.
6. 마지막 순간까지의 다짐
앞으로 제가 이 회사에 얼마나 더 머물게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지막 근무를 하는 그 순간까지 저는 변함없이 일을 사랑하고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 아니라, 매일 설레는 연애를 하는 기분으로. 저는 오늘도 기쁘게 셔터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