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공부법] 방통대 영문과, 혼자서는 절대 졸업 못 했을 겁니다 (스터디그룹 'FarSee')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너무나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이지만, 저는 이 말을 예순이 넘어 다시 시작한 학교생활에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제가 '주말마다 학생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그 주말을 온전히 저 혼자만의 의지로 버텨낸 것은 아닙니다. 만약 혼자서 교과서만 팠다면, 저는 진작에 포기하고 골프채나 다시 잡으러 갔을지도 모릅니다. (웃음)
오늘은 저를 책상 앞에 붙어있게 만든 힘, 스터디그룹 '파씨(FarSee)'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방통대 공부, 생각보다 외롭고 졸립습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공부의 핵심은 '자기 주도 학습'입니다. 좋게 말하면 자율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독하게 외로운 싸움'**입니다.
퇴근 후 피곤한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에 앉아 녹화된 동영상 강의를 듣다 보면, 교수님의 열정적인 설명이 자장가처럼 들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궁금한 게 생겨도 바로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답답하고, 진도가 밀리면 '에이, 그냥 다음 학기에 할까?' 하는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공부의 흥미를 잃어갈 때쯤, 저는 살길을 찾아 스터디그룹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멀리 보는 사람들, 'FarSee(파씨)'
제가 가입한 스터디그룹의 이름은 **'파씨(FarSee)'**입니다. '멀리 본다'는 뜻을 담고 있죠. 이름부터가 중년의 만학도들에게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눈앞의 성적보다는 인생을 멀리 보고 공부하자는 의미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이곳에 가니 저 같은 '아저씨, 아줌마 ? 학생'들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고3 수험생 못지않았습니다.
1. 살아있는 전설, 선배님들의 명강의 '파씨'에는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교수님의 강의가 이론적이라면, 선배님들의 강의는 '실전 압축형'입니다. "이 부분은 시험에 꼭 나와요.", "이 문법은 이렇게 외우면 안 까먹어요." 친절하고 핵심을 찌르는 선배님들의 강의 덕분에, 뜬구름 같던 영어 문장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 슬럼프의 늪에서 건져주는 손길 직장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면 반드시 슬럼프가 옵니다. 회사 일로 지쳐서 책을 펴기도 싫은 날, 단톡방에 "오늘은 너무 힘드네요" 한마디 남기면 학우님들이 우르르 위로를 해줍니다. "(여기선 그냥 학우님이죠), 저도 지난주에 그랬어요. 딱 10분만 읽고 잡시다." 그 따뜻한 잔소리 덕분에 포기하려던 마음을 몇 번이나 접었습니다.
가르치며 배운다 (Teaching is Learning)
스터디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가 직접 **'강사'**가 되어 마이크를 잡았을 때입니다.
'파씨'에서는 돌아가며 스터디를 리딩(강의)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감히 누구를 가르쳐?" 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순번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남들 앞에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니, 혼자 공부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치열하게 준비하게 되더군요. 대충 알던 내용도 다시 찾아보고, 예상 질문까지 뽑아보며 밤을 새웠습니다.
막상 줌 화면 앞에서 더듬더듬 설명을 마치고 났을 때, 그 내용은 제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배움"**이라는 말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 부담감과 책임감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인지도 모릅니다.
공부는 '팀 스포츠'입니다
은퇴 준비도, 공부도 결국은 혼자 해내야 하는 몫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걸어갈 '동료'가 있다면, 그 길은 훨씬 덜 외롭고 더 즐거울 것입니다.
저는 '파씨' 학우님들을 만나러 갑니다. 혹시 늦깍이 공부를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혼자 하려 하지 말고 주변의 스터디를 찾아보세요.
"함께 공부합시다. 그래야 멀리 갑니다."